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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랏슨의 리뷰/책과 서점

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 :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& 매일을 헤엄치는 법

최근에 책 두 권을 읽었다.

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(백세희), 매일을 헤엄치는 법(이연) 이렇게 두 권이다.

뭔가 제목에서부터 고단한 삶을 어떻게든 좀 살아내보고자 하는 힘겨움이 느껴지는 듯하다. 

맞다. 조금 우울했었다. 

 

 

1.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

 

 

이 책은 베스트셀러에 오른 유명한 에세이로, 정작 그 한창 때는 손이 가지 않았었다.

어딘가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다. 죽고 싶다는 무거운 마음과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일상의 가벼움을 아무렇지 않게 연결 짓는 느낌이 괜히 마음에 안 들었다. 뻔한 내용일거라고 생각했다. 죽긴 뭘 죽어 떡볶이가 이렇게 맛있는데 뭐 이런 식의 말을 하려는 게 아닐까 하고. 

 

그런데 왜 손이 가게 됐냐 하면, 최근에 좀 그랬던 것 같다. 기분이 한없이 무겁게 가라앉았다가 또 너무나도 괜찮아져 버리는 그 간극에서 나 자신이 좀 버거웠달까. 기분이 그러해서 주위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주고 그 상처를 돌려받아서 또한 너무 힘들었던 지난 며칠간. 불현듯 그 오락가락하는 기분과도 같았던 제목의 이 책이 생각이 나서 한 번 펼쳐보게 됐다.

그리고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는 전혀 달랐다.

 

이 책의 작가는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장애로 인해 치료를 받았고, 그 치료 중 상담치료의 내용을 대화 형식으로 이 책에 싣고 있었다. 조금 놀랐다. 상담 내용이라는 건 정말 그야말로 내밀한 이야기다. 상담사는 내담자가 자기 자신도 감추려 했던 마음속 얘기를 꺼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. 내담자는 자기 방어와 저항 끝에 결국 스스로도 외면했던 진짜 속내를 이야기하고, 그런 자신을 인정하기 위해 노력한다.

부모 자식간에도 하기 힘든 이야기. 그런 이야기가 상담 중 나오는 이야기이다. 그 내용을 책으로 펼쳐냈다는 것에서 혼란스러움, 그리고 흥미를 동시에 느꼈다. 

 

 

 

사실 아무도 저를 무시한 적 없고,
제가 가장 저를 무시하고 있었어요.

 

 

인지왜곡을 다룬 상담내용이 많다.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된 이유 중 가장 크다.

기분이 컨트롤되지 않을 때 나도 모르게 나타나곤 하는 잘못된 사고방식으로, 상대방의 행동을 내 마음대로 해석하거나 극단적으로 받아들이고 반응하게 된다. 이분법적 사고나 일반화의 오류 같은.

알아차리고 의식하지 않으면 그 안에 갇혀서 매우 고생하게 된다. 그 부분에 대해 나눈 내용들이 많이 도움이 됐다.

 

 

 

 

지금까지는 나도 모르게 했던 행동인데,
'내가 늘 비슷한 선택을 하는구나'를
인지했다는 것 자체가 치료죠.

 

 

 

대화 형식이어서 금방 읽을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의 상담 내용을 훔쳐 듣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.

그리고 다 읽고 나서는 뭐랄까, 위로가 되었다. 

 

내게도 불안과 우울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항상 안고 가는 익숙한 감정이다. 그 자리는 늘 그것들을 위해 비워져 있는 느낌이다. 사라진 것 같아도, 사라진 그 자리가 의식이 되는 그러한 존재감이 늘 함께했다.

 

누구나 기쁨과 슬픔이 자연스럽듯이 우울과 불안도 다들 가지고 살겠지 생각하다가도, 어느 날 밤이 깊어지면 나 홀로 이렇게 이상하고 힘든 것이 아닐까 스멀스멀 불안감이 커져갈 때.

그때 옆에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 같은 책이다.

 

심리상담이라는 개념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 낯설어서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좋은 책 같다. 지금은 괜찮아도 나중에 한 번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칠 때 상담이라는 해결방안을 하나 더 알고 있는 건 좋은 일이니까.

 

결국은 자존감, 내가 나를 사랑하자. 그 흔히들 얘기하는 말이 실상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.

결코 당연하게 주어지는 능력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고 마음을 다잡아야만 가능한 것인지.

좌절할 순 있어도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.

 

 

 

 

2. 매일을 헤엄치는 법

 

 

유튜버로도 유명한 이연 작가의 책으로, 만화로 그려져 있어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다. 

전에 한 번 읽었던 책이지만 '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' 를 읽고 나니 괜히 생각이 나서 한번 더 읽어보았다. 

역시 작가의 자전적 내용으로, 작가의 가장 힘들었던 인생의 겨울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.

 

내가 힘들 때 다른 사람의 힘들었던 일을 읽고 왜 위로받는 기분이 드는 걸까.

나 혼자만 겪는 고통이 아니고, 행복을 위해 필요한 성장통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어서일까.

 

 

퇴사하면 뭐 할 거야?

나는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거야.

 

 

인생에서 바닥을 쳐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까? 

진짜 바닥을 치는 건 어려운 일이다.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.

바닥을 치기 전에 세상에서 말하는 기준대로 살면 문제없다며 자기 합리화가 발동하고, 껍데기 속 나의 민낯을 직면하기도 전에 다른 껍데기를 찾아다니게 되기 때문이다.

 

이 작가는 그러지 않기로 하고 퇴사를 하고 이별을 했다.

비록 괴로웠을지언정 피하지 않고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았고, 자신이 원하는 걸 들어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.

 

 


 

 

두 작가 모두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기 위해 용기를 냈고 그 과정을 책으로 그려냈다고 생각한다.

세상의 모든 불행과 고통은 세상 모두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순간 해결될 일들이 아닐까?

나는? 내 자신을 더욱 사랑하기 위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.

이제 생각해 볼 시간이다.